전날 장거리 비행에 산책까지 해서 너무 피곤했던 건지 10시에 잠들어 다음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유럽의 주말에 대해 너무 몰랐던 나는 이왕 일찍 일어난 겸 일찍 나가서 하루 종일 프랑크푸르트 구경을 하자는 생각으로 씻고 아침 6시 30분에 나갔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철교 옆에 있는 간이 통로로 마인 강을 건넜다.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주말에는 여는 곳이 많이 없을 뿐더러 열더라도 최소 9시는 되어야 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흐린 프랑크푸르트에서 2시간 반을 더 기다려야 되는 상황.
마인 강변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설상가상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 프랑크푸르트.
유럽에서는 웬만한 비는 우산을 안쓰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서 굳이 우산을 안꺼내고 그냥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있었다.
주말에 이른 아침까지 합쳐서 아무도 없는 마인 강변에서 나무 아래 비를 피하며 1시간동안 앉아있다보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현자타임을 느끼다가 비도 잠잠해졌고 배가 고파졌기 때문에 고독한 미식가의 심정으로 다시 도심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하지만 역시나 토요일 아침 8시에 오픈한 식당은 없었고 결국 구글맵스에서 검색하여 평점이 좋지 않은 8시 30분에 여는 케밥집을 찾아갔다.
이쯤되면 그냥 내가 빵을 싫어하는 건지, 빵이 왜 이렇게 텁텁한지 모르겠다.
나중에 되어서야 밥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Döner Teller, 고기와 야채만 들어있는 Döner Box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저 때는 케밥이 다 저런 줄 알았다.
불행 중 다행히도 밥을 먹고 나오니 날씨가 맑아졌다.
날이 맑아지니 다시 한 번 마인 강을 보고 싶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다.
마인 강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현지인이 나에게 독일어로 무언가를 물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Wie spät ist es(몇시에요)"였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도저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서 "Entschuldigung(뭐라고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현지인은 "Wieviel Uhr!(몇시)"라고 다시 물어봤고 Uhr가 시라는 건 알고 있었기에 몇시인지 알려주고 싶었지만 이번엔 독일어로 시간을 말하는 법을 까먹어서 그냥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보여줬다.
마인 강에서 조금 산책을 하다 이번에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했다.
독일의 중앙역들은 대부분 외관은 르네상스양식에 내부는 철제 플랫폼들이 들어선 게 마치 스팀펑크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하루 종일 프랑크푸르트를 걸어다닌 만큼 이 외에도 프랑크푸르트 시청, 유럽 중앙은행, 젠켄베르크 자연사 박물관 등 많은 곳을 갔지만 사진을 찍지 않아서 포스트에 적지를 못했다.
전반적으로 프랑크푸르트는 한 1~2일정도로 적당한 여행지 같았고 솔직하게 말해서 나중에 또 와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는 몰라도 나는 여행을 가면 10km 이하는 무조건 걷는다. 그렇기에 이날 단 한 번도 대중교통을 타지 않았고 숙소로 돌아올 때에도 왔던 길 그대로 철교로 걸어서 돌아왔다.
다음 날부터는 이제 독일 레일 패스를 활성화해서 조금 멀리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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