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년 전 교환학생을 위해 나는 독일로 떠났다.
개강이 9월 둘째 주였기에 8월 말에 출발해서 기숙사에 짐을 푼 뒤 여유롭게 여행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교환교 국제처에서 9월 첫째 주는 되어야 입사를 할 수 있다고 알려줘서 약 1주일간 혼자 독일 어딘가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이버 카페 유랑에 물어본 것을 토대로 나는 프랑크푸르트를 거점삼아 독일 내 모든 열차를 공짜로 탈 수 있는 독일 레일 패스 1주일권을 구매해 서부 독일을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두 곳의 호텔을 예약한 뒤 기대 반 걱정 반과 함께 독일로 떠났다.
루프트한자 프랑크푸르트행 직항편을 탔는데 기내식은 솔직히 별로였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메뉴가 통일된 건지 독일 유학생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도 기내식이 별로였다는 얘기를 봤던 것 같다.
죽을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입국수속을 한 뒤에 짐을 찾아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출발했다.
첫 숙소는 마인 강 남쪽에 있는 Frankfurt Niederrad Bahnhof 근처에 잡았는데, 지도로 숙소를 예약하면 무슨 문제가 생기냐면, 거리감이 잘 안느껴진다는 것이다.
지도로 봤을 때는 금방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6개월치 짐까지 끌고 숙소까지 가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뒤 리셉션에 계셨던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에게 짧게 외워온 독일어로 "예약했어요(Ich habe eine Reservierung)"라고 하자 내 이름을 물어봤다.
내 이름을 말해주자 혹시 한국에서 왔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다.
호텔 주인인 할아버지께서는 우즈벡에서 온 이민자 출신으로서 친척 중에 고려인이 있기에 자기는 한국인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해주며 더 좋은 방으로 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아싸를 외치며 당케를 연발했다.
아직 이른 저녁이었기에 잠깐 산책을 하기 위해 짐을 두고 바로 다시 나왔다.
호텔에서부터 마인 강까지 걸어서 가보니 약 30분이 걸렸다.
강 건너편으로 가고 싶었는데 열차용 철교밖에 보이지 않았고 철교에 있던 간이 통로로 사람이 지나가는 걸 봐서 지나가도 되겠지 하고 철교로 올라갔다.
이후 다른 유럽 국가들을 여행할 때에도 똑같이 발생한 이슈였지만, 마인강은 딱히 인상깊지 않았다. 한국사람들이 유럽의 유명한 강들(라인 강, 센 강, 템즈 강)을 볼 때 느끼는 게 "이게 강이야?"라고 한다. 한강이 압도적인 너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느껴질만도 하다.
강의 건너편까지 갔지만 배가 너무 고파졌고 열차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엔 귀찮았기에 다시 걸어 돌아가 숙소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숙소 근처로 돌아오자 이미 해는 다 진 후였고, 마인 강 남쪽은 많은 식당이 없었기에 독일 오면 먹고 싶었던 케밥(되너)집을 구글맵스로 검색하여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갔다.
인생 처음으로 먹어본 케밥은 정말 끔찍했다.
마실 것을 사는 것도 깜빡해서 먹는 내내 엄청 텁텁했으며 빵은 말라 비틀어져 턱이 아플 지경이었다.
이게 정녕 내가 기대한 케밥인가?
결국 반도 먹지 못하고 다시 호일에 싸둔 채로 잠에 들었다.
그렇게 내 유럽에서의 첫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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