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하겠다고 호기롭게 시작하여 처음에는 나름 꾸준하게 글을 써왔으나 근 몇 달간 아무런 글을 올리지 않았다.
굳이 변명해보자면 싸피 9기에 지원한다고 바빠서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유럽여행은 갔다옴)
싸피 지원 과정을 실시간으로 올려볼까도 생각했지만 혹여나 떨어지면 흑역사가 될까 걱정해서 붙으면 쓰고 떨어지면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다.
다행히도 결과는 합격, 그리고 덕분에 이렇게 후기글을 남기고 있다.
어차피 이 글을 찾아서 온 사람들은 다 이미 싸피를 알고 합격 후기나 팁을 알고 싶어서 왔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싸피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지원자 배경
사실 싸피를 지원하면서 굉장히 많은 비전공자 후기글을 봤다. 아마 구글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모든 후기글은 다 읽어본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전공자이지만 컴공과 매우 인접한 학과 출신이거나 코딩 경험이 있는 경력직 신입이었기에 나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될만한 글을 많이 찾지 못했다.
나는 정말 코딩 경험 2도 없는 노베이스 비전공자다. 2도 없다고 한 이유는 학부시절 교양 수준의 파이썬 강의를 하나 수강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0.1 수준의 코딩 경험이다. (하지만 이는 추후에 에세이와 인터뷰를 준비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함께 스터디를 한 친구는 정말로 코딩 경력 제로임에도 함께 싸피에 합격했기 때문에 자신이 왜 소프트웨어에 흥미가 생겼는지 논리적으로 서술만 가능하다면 경력이 전혀 없더라도 충분히 싸피에 합격할 수 있다는 걸 이 후기에 적어보고자 한다.
싸피 지원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이 대외비이고 싸피 측에서도 이를 매우 중요시 하기 때문에 최대한 대외비를 건들지 않는 선에서 적어보겠다.
SW적성진단 준비
싸피를 처음 지원할 때 희망 캠퍼스를 선택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서울 캠퍼스가 가장 경쟁률이 쎄다고 들어서 지방에 있는 캠퍼스를 지원할까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경쟁률이 쎈 만큼 서울은 가장 많은 인원을 뽑기 때문에 결국 합격 확률은 비슷하다는 생각에 서울을 1지망으로 지원했다. 이처럼 자신에게 걸맞는 지원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같은 반에 8기 때 부울경 캠퍼스를 지원했다가 떨어지고 9기에 서울 캠퍼스로 지원하여 합격하고 상경하신 분도 계셨다.
비전공자는 싸피에 입과하기 위해서 코딩테스트가 아닌 SW적성진단이라는 것을 본다. 쉽게 말해 낮은 난이도의 GSAT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에 나도 GSAT로 준비를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GSAT 책을 구매하고자 했다.
보통 GSAT책 하면 '해커스 파랭이'를 많이 추천하는데 나는 마침 당근에 싸게 올라온 '해커스 하양이'를 구매했다. 파랭이를 본 적이 없어서 어느게 더 좋다고는 못하겠지만 하양이보다 파랑이를 많이 추천하는 것에 비해 하양이도 충분히 유용했다고 생각한다.
GSAT 모의고사를 처음 풀어봤을 때 든 생각은 "이걸 30분안에 다 푼다고?"였다. 30분을 다 썼는데도 절반도 못풀었고 푼 것들마저 조금 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의고사를 하나씩 더 풀 때마다 푸는 문제 개수와 정답률이 조금씩 올라갔다. 물론 끝까지 제한시간내에 모든 문제를 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GSAT의 유형에 대한 감을 좀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험을 1주일 남겨두고 "혹시라도 싸피 적성진단이 GSAT랑 다르게 나오면 어떡하지?" & "CT 모의고사도 한 번 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험을 1주 남겨두고 해커스 SSAFY 통합기본서를 구매했다.
GSAT라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SSAFY 모의고사가 너무 쉽게 풀렸다. GSAT로만 공부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처럼 걱정되는 사람은 SSAFY 책만 사거나 둘 다 사는 것을 추천한다.
CT같은 경우는 유튜브 알잡 채널에서 무료로 제공해주는 문제들과 SSAFY 책에 나와있는 CT 문제만 풀었다. 싸피 단톡방에서는 백준문제도 손으로 풀어보라고 문제 리스트를 추천해주는데 문제의 구조를 한 번 이해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CT는 절대 비전공자가 풀지 못하게끔 나오지 않는다. 컴퓨팅적 사고력만 충분하다면 문제없이 풀 수 있는 수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에세이
싸피 단톡방을 눈팅하다보면 "에세이가 중요해요 적성진단이 중요해요?"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선배 기수분들의 대답은 항상 "둘 다요"이다. 명확한 채점 방식이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어느게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둘 다 열심히 준비해야 된다는 말이다.
에세이는 굉장히 적은 글자 제한이 주어지고 거기에 경험/지원동기/열정을 다 녹여내야 하기 때문에 방향성을 잘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에세이를 열 번도 넘게 갈아 엎었다.
에세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아주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싸피 오픈톡방에 상주하시는 선배 기수분들이다. 지원 시즌이 되면 첨삭를 해주겠다며 대가없는 호의를 제공해주는데 이 때 조심할 점, 첨삭해준다고 아무한테나 부탁하면 안된다. 실제로 선배인척 접근해서 첨삭해준다하고 에세이를 보여주면 자신이 낼름 먹어버리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며칠간만 눈팅하면 누가 네임드 선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부탁하면 아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첨삭을 받는 과정에서 너무 자신의 색깔을 잃지는 말자. 선배의 말이 무조건적으로 정답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로 자신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그대로 가지고 가야 속이 후련하다. 실제로 나는 두 선배의 조언이 정 반대로 갈렸고 두 조언을 에세이에 다 반영하려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소신껏 내 방향대로 수정한 뒤 제출하고 합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움을 받았다면 꼭 감사를 표하자. 선배분들도 시간이 남아돌아서 첨삭을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받았으면 감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첨삭을 도와준 모든 선배들에게 스벅 기프티콘을 보내드렸다. 꼭 물질적인 것을 보답하라는 게 아니고 어떤 방식으로든 감사를 표하라는 말이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붙었습니다." 한 마디로도 그분들은 충분히 뿌듯해하며 기뻐할 것이다.
우리는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에세이에 꼭 소프트웨어 이야기가 들어갈 필요는 없다. 소프트웨어 이야기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게 아예 딴 얘기를 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무슨 거창한 프로젝트를 했느니 알고리즘을 수백개를 풀었다느니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연한 계기로 내가 소프트웨어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만 논리적으로 잘 풀어나갈 수 있다면 좋은 에세이가 될 것이다.
사족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다만 면접 스터디를 하며 총 10명의 에세이를 보았다. 그 중에는 정말 못썼다고 생각한 에세이도 있었기 때문에 에세이의 비중이 크지 않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추측했다.(신빙성 제로) 그렇기 때문에 1차를 통과하기 위해서 잘보이려고 멋있는 얘기를 적기보단 내가 인터뷰를 갔을 때 잘 설명하고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적는 게 (개인적으로는)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면접 스터디
9기는 여러모로 이전 기수들에 비해 바뀐 점이 많았다. 뭐 하나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없었고 자세히는 얘기 못하지만 모두가 예상하던 것과 다르게 진행되었다.
어쨌든 면접 확정 발표도 예상하지 못한 날에 나왔으며 발표가 나자 바로 스터디 구하는 방이 만들어졌다. 나는 이곳에서 먼저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스터디를 구했고 대학교 에브리타임을 통해 동문 스터디에 들어갔다.
동네 스터디는 4명, 대학 스터디는 5명으로 진행되었고 첫 날 각각 4시간씩 스터디 카페에서 진행했다. 스터디 전에 서로의 에세이를 읽어보고 질문사항 3개와 1분 자기소개를 준비해오기로 했다. 서로의 에세이를 피드백한 뒤 먼저 질문을 즉흥적으로 대답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즉흥적으로 대답하지 못한 경우 스터디가 끝난 뒤 각자 보완하기로 했다. 그 후 1분 자기소개를 하며 서로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고 마지막으로 공통질문에 대해 서로 답해보았다. (예상질문같은 경우 잘 구글링해보면 선배 기수 합격자분께서 깔끔하게 정리해두신 블로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일차 스터디 막바지에 PT발표 준비를 위해 IT 키워드를 인당 3개씩 다음 스터디 전까지 정리해오기로 했다.
1주일 뒤 2번째 스터디를 했는데 미리 서로 정리해온 IT 키워드들을 공부해오기로 했고 키워드들을 각자 발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2일차는 PT발표 준비와 마지막 한마디를 생각해보며 끝냈고 대학 스터디는 이후 일정이 맞지 않아 2회로 마무리하기로 했고 동네 스터디는 3회까지 진행하려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더 이상 그룹에서 피드백 받는 것보다 혼자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3회차 스터디에는 빠졌다.
스터디는 매우 도움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며 할 수 있으면 꼭 하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이 한다고 무조건적으로 좋은 게 아니다. 나는 3회차 스터디를 빠지고 개인적으로 정리할 시간을 가졌던 게 아주 크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혼자서 더 준비를 잘하는 성격이라면 1개 스터디 그룹에서 1~2회만 진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면접
면접을 보는 날짜는 면접 확정 발표 뒤 1주일 뒤에 알려줬다. 하지만 나는 이 1주일을 매우 불안한 마음으로 보냈는데 면접이 예상되는 주에 유럽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월화수목금 중 아무 요일에나 면접이 배정될 수 있었기 때문에 목요일 비행이던 나는 제발 월화수 중 하루이길 빌었다.
정말 다행히도 인터뷰 날짜는 화요일로 잡혔고 출국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9기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는데, 여태까지 짝수 기수는 역삼 멀티캠퍼스, 홀수 기수는 용인 삼성 인재개발원에서 면접을 보았는데 9기는 관례를 깨고 갑자기 역삼에서 보게된 것이었다. 서울 사는 나에게는 어찌됐든 더 잘된 일이었다.
깔끔하게만 입으면 된다는 말에 나는 셔츠에 슬렉스만 입고 갔는데 생각보다 정장을 입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편하고 깔끔하게 입고온 분들(ex. 스웨터, 니트)이 더 여유로워 보이는 느낌을 주었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면 무엇이든 상관 없으니 자기가 정장이 더 깔끔해보인다 생각하면 정장, 나는 편하게 입고싶다 하면 편하고 단정하게 가면 될 것 같다.
면접 내용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곤란하지만 너무 긴장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대외비지만 사실 구글링하면 조금씩 조금씩 다 알 수 있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면 예상 밖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고로 구글링을 잘 하자.
결과 발표
결과가 발표되는 날 나는 스페인 친구집에서 자고 있었다.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 전 주부터 톡방 사람들은 매 시간마다 "약속의 n시"를 외치며 결과를 기다렸다. 스페인과 한국은 8시간의 시차가 있었기 때문에 9시~10시쯤에 기상하면 이미 한국은 17시~18시였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톡방을 봐도 이미 "약속의 n시"러쉬는 끝났고 "내일 나오려나보네요"하며 장을 마감하는 사람들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가 발표되는 날은 참 이상했다. 꿈속에서 함께 스터디를 했던 사람들이 톡방에서 하나 둘 자신이 붙었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꿈속에서 결과를 확인했는데 불합격이 나온 것이었다. "왜 나만 떨어졌지?"라는 생각에 침울해있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다, 그 때 시각 새벽 6시 20분. 보통이라면 그냥 다시 눈을 감고 잤겠지만 무언가 쎄한 느낌에 휴대폰을 열어봤다. 놀랍게도 결과가 발표난지 채 10분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함께 스터디를 했던 톡방에서 두 명이 이미 서로 합격했다고 같이 열심히 해보자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현실에서 똑같이 일어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싸피 홈페이지로 들어가 로그인을 하고 지원현황을 클릭했다. 인터뷰 결과확인이라는 버튼을 남겨두고 누워있던 나는 뭔가 누워서 클릭하면 부정탈 것 같아 침대에서 일어나 경건한 자세로 결과확인을 클릭했다.
결과는 합격. 모든 긴장이 풀리며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웠다. 이게 진짠가 의심해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꿈이 아니었고 바로 나도 스터디 톡방에 들어가 "저도 합격이에요"라고 얘기했다.
결론적으로 대학 스터디는 5명 전원 합격, 동네 스터디는 한 분 빼고 다 합격이었다. 정말 기뻤다.(입과일이 귀국날짜보다 빨랐기 때문에 비행기 앞당기는데만 본 손해가 150만원인 것은 나중의 일)
쓰다보니 글이 두서도 없고 장황해진 것 같다. 추후 지원자로서 별로 이 글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아무리 그래도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인데, 비전공자 뽑는다해도 경력자 뽑겠지."라며 걱정하고 있다면 이 글을 보고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자신의 열정만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면 "Hello World!"조차 찍을 줄 몰라도 된다. 코딩은 들어와서 배우면 되지. 나도 절대 안되겠지라고 걱정했지만 결국은 합격했다. 물론 내가 얘기한대로 한다고 붙는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노베이스 비전공자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꼭 화이팅하셔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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